20여년간 아버지와 의절하고 살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고 찾아온 류목형(허준호)의 아들 류해국(박해일)...
일단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이끼" 인가?...그것 부터 집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끼의 성질을 아시나요?..
이끼란 녀석은 땅에 뿌리를 내리지 않아도 물기만 있어도.. 그게 땅이든 바닥이든 돌이든...정말 잘 자랍니다..그런데 이게 영화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바로 이끼란 류해국같은 사람을 의미합니다..
영화속에서도 강민욱(유준상)검사가 류해국에게 이런말을 하죠...
"이끼처럼 살아!!..." 죽지않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어디서든 사는 악착같은 사람을 "이끼"라고 불리는듯...(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안보신 분들은 패스해주세요^^)
전직 형사였던 ..마을 이장 천용덕(정재영)...연기는 참으로 자연스럽게 잘하는 배우입니다..^^ 그가 맡은 이장 역할은 카리스마 작렬!!!..
이 장면을 보면 무엇이 생각나세요? ㅋㅋ 외모상으론 다 나이 차이가 있어보입니다만...몸은 다 젊은 청년들의 모습이^^ 늙은 몸의 연기는 어렵나봅니다...
무슨 노인네들이 그렇게 힘들이 쎈지...ㅋㅋ 이 마을은 완전 "그들만의 리그" ...이장인 천용덕이 만든 마을입니다..그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장에 의해 좌지우지 되고 있지요..
하나같이 과거 죄를 지었던 사람들이며...이 마을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며 죄를 씻는다고나 할까요?
물론 실상은 그게 아니었지만...뼈속까지 범죄자였던 그들이 그런다고 뼈속까지 씻기는건 아니니까요 ㅋ
그 오랜 세월동안 얼굴도 안보이다가 아버지 소식에 나타난 류해국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그런데 류해국이 이곳에 당분간 머문다고하자..더욱 더 적대적인 눈길을 보내게 됩니다..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끝까지 불꽃 튀는 대립관계에 놓이는 두 사람..
아버지가 살던 집 지하에서 토굴을 발견하고 더욱 더 마을 사람들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는 류해국..
부분부분적으로 내용 전개가 빨리 흘러가기도 합니다.. 이런 토굴도 금방금방 쉽게 발견해버리고..
물론 영화다운 긴장감이 느끼지긴 하지만..만화에서 보던 그런 섬뜩한 장면들은 사라지고..조금은 코믹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ㅋㅋ 전 솔직히 이장면 보고 웃었습니다..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의 행동을 감시하면서...
아버지의 죽음과 이들과 연관이 있다고 확신을 갖게되는데..류해국은 원래 정보수집과 철저한 분석을 거의 취미로 하고 있는 아주 집요한 구석이 많은 캐릭터입니다..
참으로 피곤하고 남들에게 오해를 사기 쉽상인 성격이지만...어떻게 생각하면..이렇게 꼼꼼한 성격이 "진실"을 밝히는데는 효과가 클지도 모릅니다..
그곳에 진짜 "이끼"가 있었네...
생과 사의 갈림길...여기서 전직 포주&깡패였던 노인과 난투극이 벌어지게 됩니다만...
참 한심스럽게도...결국은 노인하나 이기지 못하고 이런 신세가 되고 마는 류해국..
아픈 과거가 있었지만...이상하게도 무슨 이유에서인지...마을사람들과는 다르게 류해국을 도와주는 영지..
류해국과 강민욱 검사의 악연...이렇게 시작된 악연은....그것도 인연이라고 점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참 황당스런 설정이지요..자신을 그렇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오히려 티격태격 하다가...결국은 류해국을 도와주게 되는..이해가 가질않음..
다음은...윤태호 화백이 영화 성공 기념으로 그린 영화속 캐리커쳐와 원작의 캐릭터들의 비교입니다..
먼저 "이장"...외모상으론 만화속 캐릭터와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긴 합니다만...신체적으로는 70대노인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있어서는 한계가 있었던거 같네요..
정재영은 키도 크고..신체적으로 보면 젊은사람의 모습이 자꾸 보여졌습니다..마치 노인의 탈을 쓴듯하며.. 너무 티가 남..
주인공 "류해국"...만화 이끼의 영화화가 거론이 되면서 이미...이 역할은 무조건 "박해일"이 해야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는데요..저도 물론 그렇게 생각했었군요...
역시 생각대로...배역을 잘 소화해 낸듯합니다^^ 영화속에서 원작의 캐릭터에 가장 가까운 인물이 아니었나 생각되는군요.
강민욱 검사...물론 유준상씨가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닌데..뭐랄까...
기존 캐릭터와는 다르게 좌천된 검사로서의 고뇌와...집요하고 강인한 모습이 크게 느껴지진 않고...그냥 단순히 자신만만 하게만 보이는 그런 모습이 조금 거슬리더군요...
김덕천 역의 유해진...확실히 외모부터 확연한 차이가 ㅋㅋ하지만 연기력이 워낙 뛰어난 배우이기에 캐릭터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 선입견이 쏙 들어가버렸네요^^
영지역의 유선..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여배우인데...이번 역할은 글쎄요...
뭔가 늘...비밀스럽고 무표정인 영지 캐릭터가...활발하고 적극적이고 행복한 미소도 가끔 날리는...그렇게 캐릭터화 된것인지..역시 기존의 캐릭터와는 매치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 장면...
원작과는 다른 결말을 만들어 보겠다는 감독의 의도였는지...아니면 괜히 그냥 여운을 남기기 위한 목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너무나 억지스러운거 같네요 ㅋㅋ 결국 범인은 이장이 아니란 뜻??
영화처럼 영지가 류해국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라면..결론적으로 자신을 노리개로 삼아버린 마을 사람들로 부터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일까요??
그리고 류해국을 도와준건....의도적으로 의심을 품개하여 마을 사람들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으니
"복수"하게 만들려는 목적이었을까요?...
만약에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영지가 그린 그림이라는 의미?...
정답은 마지막에 마을의 모든것을 다 차지한 영지의 미소가 말해주는듯 하네요~류해국은 영지의 그림속에 끌려들어서 이용만 당한 셈...진짜 "이끼"같은 존재는 류해국이 아닌 영지..
만화원작이 10점이라면 영화로 리메이크한 이 작품은...6점 정도..솔직히 3시간가까이 되는 런닝타임이 지루하게 만들었습니다..후반부로 갈수록 질질 끈다는 느낌..쏟아지는 하품..
그리고 만화에서 느꼈던 그 섬뜩한 느낌을 도저히 느낄수가 없었네요.. 만화속에서 가장 섬뜩하고 공포스럽게 느껴진 그 마을 창고(장면)은 전혀 나오지도 않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