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광복절 당일, 서울에서 내려오는 길에 경북 안동에 들르게 되었다. 어디서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지영흥'이라는 이름의 도마 장인이 안동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더라.
이미 아는 사람은(특히 주부들) 다 알고 있고, 이 분이 만든 도마를 직접 구매하기 위해서 멀리 서울이나 그 외 지역에서 일부러 찾아온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쇼핑몰이나 일반 가게에 공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심지여 어떤 사람은 카페를 통해서 구매대행까지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안 그래도 접착제가 사용된 도마의 유해성이 강조되는 세상이다 보니까, 이렇게 나무 그 자체만을 가공해서 만든 도마를 찾으려는 심정도 이해가 간다.
주차를 하고 지영흥 도마 장인의 집 마당에 들어서자 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한가득 쌓여있는 나무들이다. 당연히 모두 '도마'를 만드는 용도로 사용되는데.. 느티나무도 있고 밤나무도 있다.
실제로 소나무, 참죽나무, 편백나무 등 도마용으로 쓰이는 나무를 모두 모아서 테스트했더니..느티나무와 밤나무만 유일하게 곰팡이가 피지 않아서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한다고 한다.
지영흥 장인의 도마는 100년 이상 된 괴목을 3년 이상 말린 통나무들만 사용된다.
네비게이션으로 '태2리 마을회관'을 입력하고 찾아가면 되는데, 농로를 거쳐 좁은 골목길 옆에 도착하게 된다.
그 골목으로 쭈욱 들어가면 진짜 마을회관 건물과 만나게 되고 대략 자동차 4~5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주차한 곳에서 다시 골목길 쪽으로 좌측 첫 번째 건물이 지영흥 장인의 도마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정확한 주소는 '경북 안동시 와룡면 태리 536-2'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전통 수제 도마를 만들고 있다는 이곳의 첫인상은 정말 오래된 골동품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아주 어렸을 때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댁을 방문했을 때의 그런 느낌이 가득했다. 도마에 바른 들기름 냄새가 후각을 자극^^
위에 보이는 사진처럼, 도마들을 크기별로 구분되어 마루위에 쌓여있었다. 아마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이렇게 도마들을 보여주면서 판매를 하는 것 같다.
기계가 만든 것이 아니라 크기도 나무결의 모양도 똑같은 것이 전혀 없다.
안동 도마의 장인을 찾아가다
안동 도마는 나무의 조직이 단단해서 곰팡이가 거의 피지 않고, 김치 물이 잘 배어들지 않고 칼자국이 쉽게 남지 않는다는 장점 덕분에 주부들 사이에서 명품 수제 도마로 통하고 있다더라.
어떻게 보면 상당히 투박하고 단순하게 보이는데.. 도마 하나를 제작하는데 상당히 노력이 필요하다.
나뭇결이 살아나도록 잘라야 하고, 받침까지 달아서 들기름을 전체적으로 칠하고 마르면 덧칠을 2~3회 해줘야 한다.
안동 도마의 두께는 보통 2cm~3cm사이.
우리는 안동 지영흥 장인의 집에 방문했을 때, 선물용과 직접 사용할 용도로 무려 3개의 도마를 구매했는데 작은 사이즈의 도마 하나를 서비스로 받았다. 가격은 사이즈별로 3~7만 원으로 다양한 편이다.
아쉬운 점은 안동에서 유명한 도마 장인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흔한 이름하나 새겨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쇼핑몰 등을 통한 판매를 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크게 그런 욕심은 없는 분인 듯. 정말로 필요한 분들은 직접 방문해서 사갈 테니까^^
실제로 우리 집 부엌으로 가져온 안동 도마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도마도 단점이 있다. 사이즈가 큰 도마라면 무게도 역시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느티나무 혹은 밤나무 특유의 향이 나는데..사람에 따라서 정도가 다르지만 거북하게 느낄 수도 있다.
알아보니까 이 냄새는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하는데..아무튼 꾸준히 사용해봐야 정확히 알 듯^^
안동 도마 위에서 레몬을 썰고 있는 모습이다. 도마를 오래 사용하려면 무엇보다 평상시의 관리가 최선이다.
말릴 때는 반드시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려야 하고 햇볕에 노출되면 갈라질 위험이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