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패키지여행에서 '중세시대'의 느낌이 물씬 풍김과 동시에 어디서든 사진을 찍어도 '화보'가 되는 도시를 3곳이나 갔었는데, '오르비에토'도 그중 하나였다.
이탈리아에 관심이 많다면 '오르비에토'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움브리아주 바위산(해발고도 195m)에 있는 대표적인 슬로우 시티(Slow City)~
지나치게 편리함만을 추구하고 언제나 빨리빨리 돌아가는 세상에 지쳐있다면 이런 느릿느릿한 도시를 방문하는 것도 인생에서 값진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패키지여행이라서 아주 어설픈 슬로우틱 여행이긴 했지만 ㅎㅎ
'아시시'를 떠나 오르비에토 주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2시 반쯤이었다.
오리비에토는 도시 전체가 바위산 위에 있었기에 '푸니콜라레(funicolare)'라고 불리는 산악전용 케이블카를 타야 했다.
이상하게 이탈리아는 푸니콜라레가 설치된 지역이 많은 듯하다. 이탈리아 여행 첫날 갔었던 꼬모라는 도시에서도 타봤었는데..나중에 카프리 섬에 갔을 때도 푸니콜라레가 보이더라.
현지 가이드가 우리 티켓을 준비하는 동안 입구에서 대기 중~ 저기 보이는 빨간색 케이블카가 '푸니콜라레'~
우리나라는 무더운 날씨에는 언제나 에어컨을 빵빵하게 가동하는 곳이 많은데..이탈리아 사람들은 더워도 여유를 부리는 모양이다.
케이블카의 문이 닫히는 순간 내릴 때까지 더위를 참아야 했다. 운행거리는 그다지 길지 않아서 천만다행~(코모에서 탔을 때와 비교하면 정말 짧았다.)
외부 풍경을 잘 찍어보고자 앞쪽에 섰지만, 우리 앞에는 길게 늘어진 철도만 보일 뿐 ㅎㅎ 꼬모에서 보던 풍경을 기대하면 난감~
푸니콜라레에서 하차하자마자 우리는 어느 중국음식점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오르비에토에서도 꽤 많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던 것 같다. 이런 도시 여행을 가면 최대한 많이 둘러보고 걸어보며 사진을 찍는 것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
오르비에토 시청사 건물 앞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경청하고 곧바로 자유시간이 시작되었다. 나중에 오르비에토 대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오르비에토는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곳이다. 자전거나 걷기가 일상인 이곳~ 이탈리아의 유명관광지에 비해서 북적거리지 않아서 첫인상이 진짜 좋더라.
차들이 거의 없어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를 듣기도 어렵다.
물론 가끔 골목에 작은 자동차들이 보이긴 했다. 시간이 멈춰진 듯한 시간의 미학이랄까..그래서 인지 오르비에토에는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 푸드점이 절대 들어올 수 없다고 하더라.
이런 곳을 여행하게 된다면 '패션'에 되도록 신경 쓰는 것이 좋다. 이런 예쁜 배경을 두고 등산복에 등산화 차림이라면 끔찍한 합성 사진이 추억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오래된 건물들은 하나같이 대문이 높다. 한번 닫기도 힘들겠네~
다정하게 손잡고 걷던 외국인 커플이다. 그들이 현지인이었다면 이곳에선 우리가 외국인ㅎㅎ
오르비에토에도 들어가 볼만한 상점들이 꽤 많다. 이탈리아는 올리브 '도마'가 유명하고 우리나라보다 훨씬 저렴하니..기념품으로 구매할 만 하다.
이렇게 돌만 깔아서 만든 거리를 걷고 있노라면, 아스팔트 도로와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골목길 틈사이로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던 오르비에토 대성당..그 방향으로 가다가 예쁘게 생긴 샛길이 보여서 들어가 봤더니 피노키오 목각인형이 의자에 앉은 채 반겨주더라.
시간적 여유가 더 많았더라면 이런 구석에 있는 가게 내부 구경도 할 수 있었을 텐데..정말 아쉽다^^ 여기도 엄연히 관광지임에도..호객행위따윈 전혀 없었고..그냥 여유로움 그 자체~
어느 기념품 가게 앞..피노키오가 이탈리아 태생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오래전에 파주 헤이리 마을에 갔다가 피노키오 목각인형을 봤었는데..이탈리아산일 줄이야 ㅎㅎ
이탈리아 오르비에토! 또 하나의 슬로우 시티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눈 앞에 펼쳐진..오르비에토 대성당의 모습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한창 외부 보수공사가 진행 중에 있었다. 내부 관람은 '유료'~
산지미냐노에서 가보지 못했던 유명 젤라토 가게를 오르비에토에 와서야 찾게 되었다.
오르비에토 대성당 우측 끝에 있는 곳인데..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이곳도 유명하고 맛이 끝내준다고 했다. 아마 일행 중에선 이곳에 갔다 온 사람들은 우리뿐 일 듯 ㅎㅎ
유명세와는 다르게 상당히 조용하던 젤라토 가게..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문 '피스타치오'가 제일 맛있더라^^
뭐 사실 유명한 가게라고 해서 엄청나게 색다르고 맛있는 건 아니고..이탈리아는 어느 젤라토 가게를 가도 맛있는 것 같다.
오르비에토 광장 바로 옆 광장 근처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모여있다. 로마나 피렌체 같은 분위기는 절대 찾아볼 수 없다. 그 흔한 화가나 노점상도 보기 드물다.
아무도 다니지 않는 골목길을 배경으로 이탈리아의 추억을 많이 남겨보는 것이 좋다.
오른쪽 사진은 골목길에서 바라본 오르비에토 대성당의 정면~ 이날도 날씨가 꽤 더워서 그늘에서 휴식 중인 관광객들이 많더라.
오르비에토 대성당은 1290년에서 1330년 사이에 지어졌다고 한다. 고딕 양식이라고 하지만 이탈리아 전통 양식은 최대한 그대로 보존한 건축물이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은 로렌..
아침부터 '아시시'에서도 많이 걷고 오르비에토에서도 많이 걷다보니 슬슬 다리가 아파오고...사실 이 날의 여행 일정은 '아시시'와 '오르비에토'가 전부였다. 그만큼 일주여행의 이동시간이 길다는 이야기다.
대성당 옆쪽으로 가보면 미켈란젤로가 만들다가 말았다는 건축물도 보이고..위와 같이 이정표가 보일 때 직진해서 내려가 보면 전망 좋은 곳으로 연결된다.
오르비에토에서 내려다본 멋진 풍경이다. 이 주변은 비옥한 농업지대인데 포도가 많이 생산되며, '오르비에토'라는 이름으로 생산되는 백포도주가 굉장히 유명하다고 한다.
이곳에서 만났던 길고양이 두 마리~ 전혀 사람을 겁내지 않고 계속 다가오더라 ㅎㅎ 만져도 가만히 있고..
다시 오르비에토 대성당으로 이동!
'R.마이타니'라는 사람이 설계했다는 이 대성당의 정면에는 예각(銳角)의 장식 박공(牔栱)이나 장미창(薔薇窓) 등 고딕 양식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앞쪽을 오르락내리락하던 공사용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두 명의 인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안전모와 마스크를 벗었는데 둘 다 젊은 여성이더라.
가이드와 다시 만나서 오르비에토의 자하 통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어느 레스토랑 내부로 들어갔는데..가게 안에서 그 부분을 관람하도록 보존하고 있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다.
줄지어서 우르르~ 가게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거부감이 들만도 한데..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
오르비에토 대성당 앞에서 푸니콜라레역까지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 중이다. (자유여행을 한다면 꼭 알아두면 좋을 듯)
우리도 이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마지막으로 풍경 사진을 담기 위해 들린 곳이 바로..사진속에 보이는 곳이다.
전형적인 이탈리아의 전원풍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모습..날씨도 화창하고 모든 것이 완벽했던 날^^ 망원렌즈로 확대해보니 우리 관광버스가 대기 중인 주차장도 보이더라.
다시 푸니콜라레를 타고 내려가 주차장에 도착했던 시각은 오후 3시 50분쯤.. 이렇게 이탈리아 패키지여행의 4일 차 일정은 모두 끝났고 곧바로 호텔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