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이라는 드라마로 변요한이라는 배우를 알기전까지는 그가 이전에 어떤 영화에 출연했었는지..어떤 배우인지 전혀 몰랐다. 

그런데 최근에 그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들을 몇가지 접하면서..미생에서 보여줬던 그런 이미지를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른 느낌을 접하게 되더라. 

 

트위터를 소재로 했던 '소셜포비아'에서도 놀랐지만..지금 이야기하려고 하는 '들개'라는 영화에서 그의 연기는 쉽게 머리속에서 지우기 힘들정도로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진지하면서도 무겁게 진행된다..조교로 일하는 변요한의 캐릭터가 처한 현실을 보면, 세상의 더럽고도 리얼한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는 듯했다.

 

들개(한국영화 리뷰)그들의 위험한 만남1

 

고교시절 사제폭탄을 제조한 혐의로 소년원에 다녀왔던 주인공 변요한..

 

취업을 하지 못하는 현실속에..대학교 조교로 발탁되어 자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현실에 순응해가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사제폭탄 제조에 대한 본능은 쉽게 버릴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는 건, 그 목적이 자신을 괴롭히는 현실에 대한 분노.. 그 자체였으면서도 직접적으로는 그 폭탄을 터뜨려서 응징을 하진 못하지만, 모르는 타인을 통해서 실현을 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마치.. 내제되어 있는 분노를 누군가의 힘으로 대리 표출을 하고 싶어하는 그런 소심함이라고나 할까?

 

들개(한국영화 리뷰)그들의 위험한 만남2

 

'들개'라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주인공은 '박정민'이라는 배우가 맡았다. 

 

이미 '파수꾼들'이나 '전설의 주먹'같은 영화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던 배우인데..이 영화에서는 정말 통제할 수 없는 사이코 캐릭터로 등장했다. 

 

그의 말이나 행동 모두...일반인의 눈에는 도무지 납득하기 힘들정도다. 

 

들개(한국영화 리뷰)그들의 위험한 만남

함부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그런 인간은 아니지만..아무튼 진짜 엽기적이다~ 

 

대학 제적상황에 대학교를 들락거리고 강의실에서 교수한테 딴지걸고, 교내방송이 시끄럽다고 스피커선을 짤라버리고...심지여 도서실 책을 훔치는 등의 찌질함도 갖춘 다양한 캐릭터..

 

혼자 집에서 퍼즐을 하다가 뒤집어 엎어버리는 것도 그렇고..세상 모든 일을 시시하고 같잖게 여기는 모양이다. 

 

변요한이 보낸 사제폭탄에 흥미를 갖고 마치 그와 형제처럼 지내는 듯 짧은 시간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되지만..거기까지~ 

 

갈수록 이상한 행동으로 변요한을 자극하기 시작한다. 마치 변요한의 머리 위에서 갖고 놀듯이..

 

실제로 폭탄을 제조한건 변요한이지만 범죄로 악용하는건 박정민..이제 서서히 더러운 현실에 순응하면서 좋은 일이 생기기 시작하는 변요한에게 그의 존재감은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마지막에 그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은 무섭기까지 하더라. 처음부터 위험한 만남이었던 것이다.

 

들개(한국영화 리뷰)그들의 위험한 만남3

 

박정민은 왜 변요한을 냅두지 못하고 계속 자극시켰던 것일까? 마음속의 위험한 모습을 그대로 분출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였겠지만..명확한 이유를 모르겠다. 

 

박정민의 그런 행동이 불우하고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인것도 아니고..경찰에 잡혀가서 멀쩡하게 풀려나오는 것만 봐도 대단한 집안의 자식임에는 틀림없었다. 

 

영화'들개'는 끝날 때까지도 이 캐릭터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나오지 않더라. 결국 상황은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고..변요한의 통제력은 상실되고 분노는 폭발하게 된다~

 

그런데 마지막에 안경을 쓴채 지하철을 타고 가는 변요한의 모습은 어떤 의미였을까?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겠다는 또 다른 의지의 표현이었을까? 

씁쓸한 여운의 결말만 남았지만.. 들개같은 두 사람의 명연기를 보는 그 자체만으로 만족스러웠던 영화였다. 이 세상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은 과연 세상에 길들여진 들개인지? 아닌지? 한번쯤은 생각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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