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의 세 번째 날, 피렌체를 오후 3시 반쯤에 도착한 곳은 '산지미냐노'라는 작은 도시였다. (피렌체에서 버스로 약 1시간 소요)
산지미냐노는 이탈리아 중부의 '토스카나' 주 '시에나' 현에 속한 곳이다. 이탈리아를 떠올리면 흔히 로마, 피렌체, 베네치아 등을 생각하게 되지만 그런 대도시에 비하면 생소한 지역이다.
관광객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고~ 이탈리아 일주 패키지여행이나 자유여행이 아니라면 가기 어려운 그런 곳이라는 이야기다.
이날의 마지막 여행코스였는데 여기서도 꽤 많이 걸어 다녔던 것 같다. 이탈리아 여행은 대부분 오래된 건물과 마치 화보 속에서나 볼법한 거리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가 충만하다.
주차장에 내린 다음, 현지 가이드를 따라서 언덕 위로 계속 올라갔다. 피렌체까지는 구름 한 점 보이지 않더니 산지미냐노에 오니까 그래도 구름이 보이기 시작하더라. 여행 내내 날씨는 기가 막히게 좋았다.
늦여름의 햇살이 너무 뜨거워서 더웠던 점 빼고 ㅎㅎ 확실히 여행하기 좋은 계절은 봄, 가을인 듯하다.
저기 선글라스를 끼고 가운데 서 있는 분이 우리 현지가이드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선생님'으로 통할 정도로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시던 분~이탈리아 여행에서 이런 가이드를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다.
산지미냐노 성곽의 출입구는 북쪽과 남쪽에 큰 문이 있는데 여기는 남쪽에 있는 '산 조바니' 문이다. 여기서 계속 직진을 하면 남쪽 문과 연결된다. 그 사이사이에 작은 골목길도 상당히 많다.
이탈리아 산지미냐노는 12~14세기에 번창했던 곳이고 피렌체 공화국에 속해있었지만, 상당히 발전이 느렸던 지역이라고 한다.
현재 14개의 탑과 궁전, 교회 등이 남아있고 지난 199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역사지구'이다.
건물들 사이로 유난히 높게 보이던 '탑'.. 산지미냐노에 몇개 남지 않는 탑들의 높이가 저렇게 높은 이유는 그 시절 귀족들이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려고 서로 경쟁하듯이 높은 탑을 쌓았기 때문이다.
전쟁 대비 요새로도 활용되었는데 위에서 기름을 붓거나 돌을 투석했다고 한다. 저런 탑들이 72개 이상 있었지만, 지금은 14개만 있다.
온통 붉은 빛깔의 벽돌로 지어졌고 몇백 년 이상의 건물들이다. 거리 곳곳에 상점들이 즐비했다.
여기는 이탈리아에서도 상당히 유명하다는 젤라토 가게이다.
현지가이드가 이곳에서 꼭 젤라토를 먹어보라고 했으나 줄이 워낙 길고 시간이 없어서 다른 곳에 가서 먹기로 했다. 바로 근처에 덜 유명한 가게가 하나 더 있었지만 거기도 줄이 길더라.
(경험상 젤라토는 이탈리아 어디를 가도 우리나라 아이스크림보다 훨씬 맛있다.)
현지가이드가 열심히 설명 중인 이곳은 '치스테르나'라고 불리는 광장 중앙에 있는 우물이다. 주변에 있는 건물들이 어쩌면 이렇게 하나같이 중세시대의 올드한 느낌 그대로다.
그 당시보다 많은 부분 소실되었겠지만..그래도 여전히 많은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지미냐노~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이곳은 산지미냐노 두오모 광장의 '산타마리아 아순타' 성당이다.
이 성당 옆에 있는 탑은 1311년에 지어진 그로사탑이라고 하는데 높이가 54m라고 한다. 역시나 무더운 날씨 탓에 성당 앞쪽 계단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탈리아 '산지미냐노' 강렬한 중세의 분위기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여기서부터 약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졌던 것 같다. 피렌체나 베네치아에 갔을 때보다는 충분히 여유 있었던 시간^^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마음에 드는 상점 내부를 구경하거나 '화보'같은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좋다. 이탈리아는 올리브 나무로 만든 '도마'가 유명한데..국내에서는 꽤 비싼 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산지미냐노에는 그런 상점을 종종 발견할 수 있으니 하나 정도 기념품으로 구매해도 좋을 것 같다.
건물 하나하나가 원체 오래되고 유럽에서 중세의 모습이 지금까지 잘 보존됐기에, 산지미냐노는 가장 이탈리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붉은 빛깔의 오래된 벽돌이 풍겨주는 분위기를 느끼며 돌로 조성된 바닥을 걷고 있으면 내가 마치 중세시대의 한 부분 속에 들어와 있는듯한 느낌이 들더라.
가이드가 북쪽 끝 '산 마테오문'을 통과하면 끝내주는 토스카나의 풍경이 펼쳐진다고 하던데.. 여기가 맞는지 모르지만 끝내줄 정도는 아니더라 ㅎㅎ
그래도 녹색의 대지와 어우러진 붉은벽돌 집들이 주는 느낌은 정말 이국적이었다.
어느 가게 앞에 걸려있던 특이한 금속 장식~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다. 용도는 뭘까?
북문과 남문이 이어지는 길 좌, 우측에는 골목길이 상당히 많다. 이런 곳에서 '도촬'모드로 찍는 사진은 대충 찍어도 그림이 나올 정도다.
유명하다던 산지미냐노의 젤라또 가게의 줄은 줄어들기는커녕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젤라토가 먹고 싶진 했지만, 인솔자와 가이드가 앉아서 쉬고 있던 카페에 들어가 그냥 시원한 콜라나 마시기로 결정~
이렇게 로렌이 길을 걸어가는 뒷모습을 멀리서 찍어봤더니 주변의 배경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아주 괜찮았다. 이탈리아 산지미냐노를 방문하면, 흔한 인증샷도 좋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운 촬영을 해보면 좋다.
해발고도 334m의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산지미나뇨에서 바라보는 토스카나의 초록색 벌판은 정말 평화스럽다.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
자유시간을 끝내고 가이드와 만나서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온 시간은 오후 4시 50분경. 이렇게 이탈리아 여행 3일째 일정이 모두 끝났다.
곧바로 '미켈란젤로'라는 호텔로 이동해야 했는데 버스에서 바라보는 토스카나의 풍경은 더 장관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어느 다리 공사관계로 대형버스는 못 다니도록 통제하고 있더라. 그래서 실컷 갔던 길을 되돌아가서 우회도로를 이용해야 했는데 호텔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그 덕분에 토스카나의 대부분을 눈에 담을 수 있었지만^^ 짜증 낼 법도 한데 가이드는 이런 부분까지 우리에게 긍정적인 마인드를 심어주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