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단순히 예쁘고 화려한 카페들보다 과거의 흔적을 그대로 유지한 모습의 인테리어가 대세로 떠오른 것 같다. 오래된 한옥이나 자동차 정비소, 폐교, 창고 등등..
한때는 누군가에게 소중한 장소였지만 방치하거나 허물어버리지 않고, 그때 그 시절의 느낌을 잘 살리면 새롭고 멋스러운 공간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아무리 외진 곳에 있더라도 사람들이 찾아가는 이유는 그곳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도 있겠지만, 개성 있는 인테리어 때문이기도 하다.
브라운핸즈라는 카페도 그중 하나다. 가끔 마산점은 찾아가는 편이지만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브라운핸즈 부산점을 오픈한지 수개월 만에 드디어 찾아가게 되었다.
점심시간쯤에 맞춰서 초량 불백을 맛있게 먹고 브라운핸즈 백제까지 걸어갔다.
사실 초량과 부산역 쪽은 무료 주차시설이 거의 없다. 대부분 공영주차장~ 오래간만에 지하철을 타고 여기까지 갔기에 주차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아서 좋더라^^
부산역에서 가깝지만 우리는 탑마트쪽 길로 걸어갔다. 분명히 탑마트 주차장을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공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오래전에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으로 지어진 백제병원..
이 건물이 지금의 브라운핸즈가 영업 중인 곳이다. 1922년에 지어진 서양식 5층 건물이라고 하는데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가는 상당히 오래된 건물이다.
나름대로 이 건물의 역사도 정말 파란만장하다. 지어진 지 10년이 지난 1932년에 백제 병원이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 이후 '봉래각'이라는 중국집과 일본 장교 숙소를 거쳐 해방 이후에는 치안대 사무소, 중화민국 영사관 등으로 바뀌고..
1953년 신세계 예식장으로 운영되다가 1972년에 불이 나고 이후 5층 부분이 철거되었고 지금은 4층의 일반상가로 유지되고 있다.
브라운핸즈 백제에 도착한 시간은 토요일 12시 30분경~ 사람들이 점심을 먹고 슬슬 찾아오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브라운핸즈의 손바닥 디자인^^
원래 디자인소품샵인데 지금은 카페가 더 유명해진 듯하다~카페 내부에 있는 가구와 소품 장식의 대부분은 실제로 판매 중인 물건들이다. 가격은 조금 센 편~
현관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보이는 식물..그런데 화분이 따로 없다~ 바닥 속에 ㅎㅎ
브라운핸즈 백제의 내부 공간이다. 벽면과 기둥..그리고 천장만 보더라도 지우지 않고 남기는 스타일임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공간재생'이라고나 할까? 사람들이 어느 곳으로든 지나다닐 수 있도록 기존 벽을 뚫어놓은 흔적들이 보인다.
지난 2014년에는 서울점을 오픈했고 2015년에는 마산점..그리고 2016년 초에 여기 브라운핸즈 백제를 오픈했다.
이런 빈티지 스런 건물에는 인더스트리얼 조명등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
생각보다 빈자리가 많아서 어디에 앉아야 할지 고민 고민하다가 현관문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가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핸드드립 커피가 메뉴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 앞쪽으로 보이던 풍경이다. 바로 건너편에는 편의점과 외국인 가게가 보인다. 근처가 부산 차이나타운이라서 그런지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더라. 그래서 더 이국적인 느낌 ㅎㅎ
건물 내부 고벽돌의 느낌이 너무나 좋다~ 이끼 식물도 심어둔 모습도 눈에 띈다. 천장은 목재를 사용해서 그런지 2층에 사람이 있으면 밟고 다니는 소리가 그대로 전해진다 ㅎㅎ
브라운핸즈 백제의 무료 와이파이 비밀번호는 벽면 한쪽에 저렇게 걸려있다.
브라운핸즈 백제! 카페로 변신한 오래된 병원
어느 작가의 특이한 상상력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들이다. 약간 '오타쿠'의 느낌도 묻어나는 듯^^ 뚫어놓은 벽면 통로가 낮은 곳도 있는데 머리를 붙이치지 마라고 윗부분 모서리를 짚으로 싸둔 센스가 돋보인다.
커피를 마시던 도중에 다른 테이블로 옮긴 우리.. 창틈으로 로렌이 보인다~ 건물 내부가 워낙 개성 있고 예스러운 느낌이 강해서 자연스러운 인물사진을 찍기에 괜찮은 공간인듯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던 공간이다. 마치 과거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랄까..
얼핏 보면 어느 집 목욕탕? 부엌? 같다는 느낌도 든다. 저 문은 사용하지 않지만 그대로 살려둔 모양이다.
사진 속에 보이는 이 공간도 상당히 분위기가 좋다^^ 사람들이 많으면 조금 시끄럽겠지만, 아늑하고 괜찮다. 아무도 없다면 조용하게 뭔가에 집중하기에도 굿!
브라운핸즈 백제 1층 전체가 '카페'라면 2층은 원래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계단으로 올라가보면 바로 오른쪽에 좁은 복도와 좌,우의 병실 출입구의 흔적이 보인다.
그 외의 공간은 모두 다 뜯긴 채 비어있는 상태다. 나중에 여길 다른 용도로 활용할 계획인지는 모르겠다. 로렌이 걷고 있는 저 바닥 전체가 목재라서 걸어가는 소리가 아래쪽으로 그대로 전해진다~
언제나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불조심' 표어들~
창가 쪽을 제외하고는 내부가 어두운 편이다~ 노출을 잘 이용하면 괜찮은 인물사진을 담을 수 있다.
1층 화장실 통로에서 바라본 브라운핸즈 백제의 내부~
로렌이 홀로 과거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난 느낌이다^^
우리는 오후 1시 40분쯤에 브라운핸즈 백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사실.. 건물 주변은 모텔이나 고시촌, 마트가 가까이에 있기에 분위기가 별로다~
멀리서 보고 있노라면 상당히 오래된 벽돌건물이라서 쉽게 찾을 순 있지만, 뭔가 어색하다고나 할까? 주변에 나무숲이나 이 건물만 있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카페로 변신한 이 오래된 병원 건물에 가고 싶다면, 자동차가 아닌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지하철 '부산역'에 내리면 제일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